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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칼럼 [ 동서교차로 ]

도루묵 인생


‘Eminence' by Finli

알고도 못하는 게 인생살이다 . 몰라서 못하면 억울하지나 않지 , 좋은 줄 빤히 알면서도 맘 먹은 일들을 못하고 산다 .
새해 부터 운동 하기로 작심했었다 . 작년에 쓰레기 흡입식으로 먹어대던 식습관을 건강식으로 바꿔 13 파운드 감량했다 . 내친 김에 30 년 동안 실패의 연속이던 ' 운동 ' 을 신년 목표로 1 호로 설정했다 . 아니나 다를까 올해도 ' 도로 아미타불 !' 요가 세 번 가는 걸로 도로 꽝이다 . 평생 나무아미타불을 외웠지만 아무 소용없게 됐다는 말은 나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 한자어 ' 도로 ( 徒勞 )' 는 먼저와 다름없이 되었다는 헛수고란 말이다 .
새해가 시작 된지 한 달이 가까우니 결단했던 것들이 움켜진 주먹에서 모래알 처럼 빠져 나갈 때가 됐다 . 인생살이 헛 발길질로 헛수고하고 도로 아마타불 외며 말짱 도루묵 된 적이 한 두번이랴 ! 칼을 뺐으니 무우라도 자를 심사로 재미없는 운동 대신 달밤에 재건 체조겸 화랑 청소를 시작했다 .
노동과 운동은 둘 다 근육 수축과 이완에 의해 피로물질인 노폐물이 발생한다 . 노동은 국소적인 동작으로 장시간 불규칙적이기 때문에 쉽게 피로해진다 . 운동은 전신을 사용하고 동작이 다양하고 규칙적이고 단시간이기 때문에 피로물질이 발생해도 금방 사라진다 . 노동이 운동이 되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기쁜 마음으로 즐거운 동작을 추가해 창의적인 프로덕션을 만들면 ' 일거삼득 ' 이 된다 . 마루바닥 닦으며 뽕짝가요 부르고 - 베토벤과 모짜르트는 안 된다 - 요가 동작으로 천천히 가구 닦고 , 신나는 음악 틀고 줌바 클래스 허리 동작 흉내까지 내면 그야말로 노동이 아니라 신바람 나는 운동이 된다 .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게 장땡이다 . 운동으로 청소하고 마음의 때까지 벗어 기분이 상쾌해진다 .
예전 임진왜란때 선조가 피난을 가다 우연히 ' 묵 ' 이라는 이름의 생선을 맛보게 된다 . 먹거리 부족으로 좋은 음식을 먹지 못했던 선조는 묵을 맛있게 먹고 이 물고기의 이름을 은어라고 고칠 것을 명했다 .
전쟁이 끝난 뒤 선조는 전쟁 중에 맛있게 먹었던 은어를 찾았는데 산해진미 궁중음식에 다시 길들여진 그의 입에 예전 배고팠을 때 먹었던 은어 맛이 나질 않았다 . 실망한 선조는 은어 맛이 형편 없다며 " 도로 묵이라고 해라 !" 라고 명해 도로묵이 발음이 쉬운 도루묵이 됐다 .
짧은 인생 살면서 도루묵 타령하며 실망할 필요 없다 . 수 없는 도루묵과 실패 , 도로 아미타불이 쌓여서 성공이 되고 희망으로 나아간다 . 죽어도 못할 일은 없다 . 내일 당장 죽는다면 못할 것도 없지만 살 만 하니까 안 하는 것 뿐이다 . 헤밍웨이는 서서 소설을 쓰곤 했다 . 높이가 가슴에 닿는 책상에 종이와 타자기를 놓고 똑바로 선 채 글을 썼다 . 가끔 무게중심만 한쪽 발에서 다른 발로 옮겼다 . 왜 서서 쓰느냐고 묻자 . " 편한 자세에선 좋은 글이 안 나와서… ." 라고 대답했다 . 헤밍웨이는 ' 킬로만자로의 눈 ' 에서 세익스피어의 ' 헨리 4 세 ' 를 인용한다 . " 결코 걱정하지 않을테다 . 인간이 죽는 건 오직 한 번뿐 . 죽음은 하느님이 주신 것이니 될 대로 내버려 둘 일이다 . 올해 죽는 놈이 내년에 다시 죽지는 않는 법… ."
두 번 죽지 않고 두 번 살지 않는 게 인생이니까 무릎 깨지고 도루묵이 돼도 낙심하지 않고 묵묵히 내일 향해 살아갈 일이다 .
누구도 흉내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 그대로 사는 것이 가장 진실한 내 인생이 될테니까 . 다시 도루묵이 될지라도 맑은 물을 헤엄치다 알을 낳고 죽어지는 빛나는 은어처럼 .

미주 중앙일보 1.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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