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KEE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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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칼럼[동서교차로] East Meet West

아버지의 딸

 

 

 

 

 

 

 

 


'Through My Eyes'
By: Maxim


아비는 자식이 부모보다 잘 되길 바란다. 선생은 학생들에게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다. 훌륭한 지도자는 자신을 능가하는 지도자를 키우는 게 바람직하다. 아비보다 못난 자식, 받은 가르침보다 덜 떨어진 학생, 앞서간 지도자에 못 미치는 지도력으론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안철수 신풍이 좌초된 지금 한국 대선정국은 박정희ㆍ노무현 두 전 대통령의 '망자의 대결'로 치닫는 분위기다. 선거용 선심 공약이 만발해도 국민은 시큰둥하다. 속은 적이 한 두 번이랴! 분명한 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인터넷에 올라온 두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박근혜 후보가 출산용 의자에 웃는 모습으로 누워 소장 계급장 달린 모자 쓴 아이(박정희 대통령)를 낳고 있는 그림이다.
민중화가 홍성담 작품인데 예전 작품보다 스케일 색채ㆍ구도면에서 조잡하고 작품제작 의도가 왜곡돼 작품성을 논하기 조차 미흡했다. 근데 다시 산모의 두 다리 사이를 적나라하게 그린 '출산 시리즈 제2탄' 보고는 망연자색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모습을 한 태아의 몸은 뱀 모양에 비늘문양이 얽혀져 탯줄로 산모와 연결돼 있는데 섬뜩하고 불쾌하며 기분 나쁜 작품이다.
문화예술에도 '테러리스트'가 존재한다. 예술은 주체적인 개개의 물체를 통해 보편적인 것을 창조적 직관(直觀)으로 창출해 종이ㆍ물감ㆍ돌ㆍ소리ㆍ기호 따위 물질적 재료에 의하여 표현한다.
예술의 궁극적 목적은 소통, 관상자에게 단순한 관능적 쾌감만 유추하는 수동적인 입장뿐 아니라 작품을 통해 개인의 경험을 성찰케 하고 그 의미를 재창조하는 모든 과정이 예술에 속한다. 개성적이며 창조적이고 보편성이 뛰어난 예술작품이 높이 평가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홍성담이 그린 두 그림은 생명탄생의 고귀함, 고통과 절망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보편타당상이 결여돼 작품성을 인정받기 힘들다. 한 개인을 겨냥한 보복내지 분노에 몰입하고 있어 예술 창조의 원래 목적에도 배치된다.
천륜은 부모, 자식, 형제 사이의 마땅히 지켜야 하는 떳떳한 도리고, 인륜은 사람이 지켜야 할 바른 도리다. 천륜을 저버리면 패륜아가 되고 인륜을 저버리면 사람 대접을 못 받는다.
21세기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연좌제에 묶인 박근혜 후보와 인륜의 수레바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문재인 후보의 진검승부는 '망자부활전'으로 심판의 시간이 촉박해졌다.
예술이 뭐냐고? 밥도 음료수도 안 되는 그림 두 장이 무슨 위력이 있다고? 천만의 말씀! 두고 보시라. 홍성담이 그린 두 점이 주는 위력은 대단하다. 그 심각한 문제성조차 파악 못한 체 제 편 아니라고 희희낙락 웃거나 은근 슬쩍 모른 체 고개 돌린 사람들이나 펄펄 뛰는 사람들 모두 무릎 칠 시간이 곧 올 것이다.
예술은 감성이 이성을 일깨워 깨달음을 얻게 함으로써 상처를 꿰매고 재생시키는 힘을 갖게 한다. 9ㆍ11 테러 직후 참담하게 황폐된 사람들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수많은 예술인과 예술단체들이 앞장 서서 치유를 위한 예술활동을 벌였다.
테러 직후 "예술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예술이 없으면 세상은 달라질 것"이라고 한 뉴욕타임스 기자의 말은 매우 함축적이다.
예술은 개인을 폄하하거나 공격하는 도구로 전락해선 안 된다. 인류의 존엄성을 해치고 어떤 단체의 목적 달성을 위한 예술은 예술이 아니라 '테러리즘'에 가깝다.

중앙일보 1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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