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KEE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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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칼럼[동서교차로] East Meet West

바람의 실체

 

 

 

 

 

 


'Hot Days, Cold Nights'
By: Arma


바람은 형체가 없다. 보이지 않는다. 느낄 수 있을 뿐이다. 바람은 작은 나무 가지를 흔들고 거대한 배를 움직인다. 바람은 기압 차 때문에 생긴다.
태양열로 데워진 대기가 지구에 닿으면 따뜻한 공기는 위로 가고 그 빈 자리에 차가운 공기가 메워진다. 찬 공기가 다시 데워져 위로 올라가는 대류 현상이 순환 반복되면서 바람을 만들어 낸다. 만약 지구가 돌지 않는다면 바람은 힘없이 제자리에 머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구는 돌고 돈다. 인생도 바람처럼 돌고 돈다.
올해 대선은 '안풍 눈치보기'로 요약된다. 누가 안풍을 안 거슬리고 구애의 추파를 던져 부동층을 흡수하느냐에 성패가 달린 듯 보인다. 안풍은 '안철수 바람'이다. 내게 '안철수'라는 이름은 충격에 가깝다. 안철수 신드롬을 공부하면서 우선 그가 이룬 성취도에 놀랐고 때묻지 않는 그의 말투와 촌스럽고 스스럼없이 착해 보이는 행동이 매력적이고 멋있었다.
하지만 안철수의 '무엇'이 젊은 영혼들을 그토록 열광하게 했는가에 이르면 기성세대의 책임감에 비통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걱정이 많았다. 세상물정 모르는 듯 밋밋하고 야무져 보이지 않는 얼굴, 무풍지대에서 세상풍파에 한 번도 부닥쳐 보지 못한 그가 권모술수로 버텨온 정치꾼들 속에서 '상처받은 영웅'으로 추락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내 우려는 적중했다. 대선가도의 단일화 과정에서 '중도 포기'라는 비운을 맞았다. 애당초부터 게임이 안 됐다. 아마추어는 꾼을 따라 잡을 수 없다. 그래도 안풍이 준 약발은 현재 진행 중. 안철수의 힘, 안철수의 개혁, 안철수의 생각이 한국 정치의 판도라 상자가 돼 새 바람을 증폭시키고 있다.
느낄 수는 없어도 고요한 날에도 바람은 분다. 바람은 사랑처럼 존재를 느낄 수 없는 시간에도 우리 등을 어루만진다. 바람이 있었기에 변화와 개혁의 깃발을 나부낄 수 있었다. 차이가 없는 곳, 물에 물 탄듯, 죽에 죽 끓듯 하는 곳엔 바람이 일어나지 않는다. 무풍지대를 생각해 보라. 얼마나 답답한지!
안풍은 무풍지대였던 현 정치권에 신선한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그 소임을 다했다. 무풍지대는 다른 곳의 재난이 미치지 않아 평화롭고 안전한 곳을 뜻하기도 한다.
안철수는 무풍지대에서 성공한 CEO로 생의 역풍을 맞은 적이 없어 보인다. 인생에는 수 없는 바람이 분다. 방패막이도 없이 온 몸으로 바람을 막아내는 게 민초들의 삶이다. 먹을 것, 입을 것, 거처할 곳, 애들 학비 댈 돈이 없는 서민들의 눈물은 꿈이 아니고 현실이다.
새는 바람을 잘 이용해 높이 난다. 꽃가루도 바람에 의해서 이동된다. 진정한 안철수 바람은 지금부터다. 희망과 꿈을 잃은 젊은이들에게 내일의 비전을 제시하는 따뜻한 바람으로 불기 바란다.
정치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사람에게 있다. 하늬바람은 서풍의 순 우리말이다. '하늬'는 하늘을 뜻한다. 하늘에서 부는 바람은 민심이다.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면 백성을 구하는 대통령, 젊은이들의 진정한 멘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돈 한 푼 없이 무전여행을 혼자 떠나보라. 굶주림과 추위에 떨며 방방곡곡을 돌아보라. 진정한 국민의 울음소리, 한 맺힌 신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민심을 말하고 대통령의 꿈을 다시 타진하라. 진한 삶의 향기로 다져진 안철수의 새 바람이 대한민국 젊은 영혼들의 멘토가 될 내일을 꿈꾼다.

중앙일보 11.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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