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KEE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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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칼럼[동서교차로] East Meet West

원숭이 엉덩이는 빨갛다.

 

 

 

 

 

 

 


'Monica'
By: Schluss


비밀은 없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다. 요즘은 스마트폰 하나면 끝장난다. 전화하는 척하고 슬쩍 버튼만 누르면 대화가 녹음된다. 그야말로 ‘밀고의 시대’다.
적은 가까이 있다. 운전사, 비서, 은근 슬쩍 호의로 접근하는 사람, 특히 후원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더욱 경계해야 한다. 언제 등 돌려 비수를 꼽을지 모를 일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 몰래카메라. 밀고자는 더 질색이다. 양심 선언하는 사람도 색안경을 끼고 볼 때가 많다. 신변에 위험이 없는데도 적당히 협조하다 나중에 사건을 까발리는 것은 사람 할 짓이 아니다.
정작 ‘이게 아니다’ 싶으면 불법적인 행태가 발생하기 전에 직언을 하고 말리고 그 일을 담당하지 않았어야 한다. 나중에 폭로전을 벌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함께 할 짓 다하고 더 챙기려고 그 짓을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일익을 담당하거나 동조 내지 방조를 했으면 사건을 획책한 주범이 아니라도 공범 혹은 한 패거리라는 게 내 소견이다.
송영선 전 국회의원이 후원회장 격인 한 사업가와 호젓하게 만난 식사 자리에서 선거비용 자금을 요구한 내용이 녹취돼 말썽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의혹이 불거진 지 반나절 만에 전격 제명, 신속한 꼬리자르기를 한 것처럼 보인다.
송 의원은 미혼이다. 독신녀가 그것도 자신의 생일날 단둘이 식사를 나눌 사람이라면 보통 친한 사이가 아닐 터, 철저한 믿음으로 진심을 솔직히 털어 놓고 온갖 얘기가 오갔을 거라는 추측이 간다.
녹취록을 시인하고 “돈 없이 정치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점은 상식적”이란 송 의원의 해명을 들으면 기분이 착잡해진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회위원 중에서 이 대목에서 온전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 정치인이 몇이나 될까?
송 의원은 고등학교 동기다. 학교 때부터 여장부 기질과 넘치는 카리스마, 명석한 두뇌와 판단력, 타협하지 않는 정의감으로 타인의 추종을 불허했다. “남자 10명은 내동댕이칠 여장부이지만 그야말로 목에 칼 들어와도 돈 같은 문제를 놓고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할 사람이 아닌데도, 왜 그랬을까?”라는 한 기자의 논평을 읽으면 혼란하기 그지없다.
나는 정치를 모른다. 친구를 비호하는 게 아니다. 밀고와 녹취, 불신이 판치는 세상이 두렵고 사람이 사람을 믿을 수 없다는 현실이 슬플 따름이다.
세상 비밀만 새는 게 아니다. 천기도 누설된다. 하늘의 비밀이 새면 천지가 요동치고 역사가 바뀐다. 민심은 천심이라 천심도 그 용태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나는 정정당당한 싸움을 좋아한다. 코피가 터지고 어깨뼈 부러져도 링 위에서 싸우길 원한다. 밀고자들은 단기적으론 보상금 내지 보상을 받지만 '앞잡이' 등 등의 꼬리가 붙어 정신적인 충격과 혼란, 밀고자를 옳게 안 보는 사회적 통념으로 다시 한 번 쓴 고배를 마실 때가 많다.
찔린 데가 있는 걸 얘기할 땐 사방을 둘러보고 상대방 몸 검사한 뒤 녹취 안되나 확인하고 말을 시작해야 한다. 아님, 수화를 배우던지! 이 짓 조차도 안전하진 못하다. 몰래카메라에 찍혀 동영상으로 퍼져나갈지 모른다.
이래 저래 못할 짓, 안 할 짓, 법에 걸리는 일은 안하고 사는 게 상책이다. 원숭이는 높이 올라 갈수록 엉덩이가 더 잘 보인다. 공인은 늘 엉덩이를 내 놓고 다닌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중앙일보 9.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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