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KEE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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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칼럼[동서교차로] East Meet W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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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서' '여자라도'

'Flower Power 3' By Lun Tse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비슷한 말이라도 말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지는 것을 뜻한다. 같은 단어도 조사나 어미에 붙는 말의 선택에 따라 뉘앙스가 크게 달라진다. '여자라서'는 '여자이기 때문에 안된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있는데 비해 '여자라도'는 '여자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뜻이 내포돼 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미국 역사상 최초로 여성 대통령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주의와 남녀평등 휴머니즘을 앞세운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자존심에 비추어 보면 늦은 감이 있다.
1966년 이래 전 세계에서 10명 이상의 여자가 대통령직을 수행했으며 28명이 여자 수상을 지냈다. 현재 여자가 대통령인 나라는 핀란드.칠레.아일랜드. 스리랑카.뉴 칼레도니아.필리핀 등이 있으며 독일.캐나다.방글라데시.뉴질랜드. 자메이카 등지에서 여자가 수상직을 맡고 있다. 유럽의 강철여인 마가렛 대처는 불굴의 투혼으로 영국병에 맞서 싸운 여전사로 유명하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고 예언했다. 미국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프랑스에서는 세골렌 로아얄 한국에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유력한 차기 대통령으로 부상하고 있다.
청춘시절에 나는 박근혜씨를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첫 번째는 내가 학생대표로 육영수 여사를 대학축제에 초대했는데 박근혜씨가 어머니의 추억이 담긴 곳을 둘러보기 위해서 모교를 방문했을 때였다. 육영수여사가 손수 심은 나무를 쓰다듬던 박근혜씨의 작은 손이 기억난다. 그리고 미국 독립 20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다시 만났다. 나는 미 육군 보급 사령관 아내의 자격으로 청와대 만찬에 초대받았고 근혜씨는 돌아가신 육여사 대신 영부인 노릇을 할 때였다. 그 때 박근혜씨가 완벽한 영어와 유창한 외국어로 주한 외국 인사들을 일일이 접견했다. 그 모습은 대나무처럼 당당하고 난초처럼 향기로왔다.
박근혜씨는 5년 이상 퍼스트레이디 임무를 수행했고 3번의 국회의원을 지내며 국정전반에 관한 실무를 익혔다. 대통령감으로 손색이 없다.
"남자들 대통령 맡겨 놓으니 쌈질해서 상처의 골만 깊어졌어요. 여자건 남자건 상관없이 이번엔 국민의 상처를 보듬고 화해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어요." 지난 봄 한국갔을 때 택시 운전기사가 한 말이다. 그는 박근혜씨를 여자 대통령후보가 아니라 대통령 후보감으로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는 것이다.
'만석군 아비 보다 쪽박 찬(한 푼도 없는) 어미가 낫다'는 옛말이 있다. 물론 세상에는 어머니 못지않게 훌륭하게 자녀를 돌보는 아버지도 많다. 마찬가지로 남자보다 큰 비전과 안목으로 책임감과 능력을 갖고 사회에 기여하는 여성도 많다. 여자니까 무조건 여자를 지지해야 한다는 발상도 여자니까 안된다는 편견만큼 불합리하다.
이 번 대선은 비전과 안목으로 시대정신과 국민이 추구하는 가치와 국가관 뛰어난 국제 감각으로 세계 속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선두주자로 만들 수 있는 글로벌 능력의 소유자가 대통령이 돼야 할 것이다.
남자건 여자건 상관없다. '여자라도' 남자와 꼭같이 이슈와 능력 비전을 놓고 정정당당하게 대결할 수 있어야 한다. '여자라서 안돼도' 안되고 '여자니까 돼서도' 안된다.

중앙일보 2007.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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